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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나의 돈키호테'로 돌아온 김호연 작가 "돈키호테처럼 모험은 계속돼"

대전 구도심 비디오 가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꿈과 모험의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저 자신도 풍찬노숙하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한 도전을 많이 했죠. 돈키호테가 풍차에다 마구 들이대듯이 말입니다. 하고 싶었던 일과 꿈이 늘 있었기에 힘들어도 늘 돈키호테처럼 모험을 계속 해 올 수 있었지요."

누적 판매 150만부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이 이번에는 꿈을 좇아 모험을 감행하는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제는 사라진 옛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시작해 15년의 세월을 오가며 소년 소녀들의 꿈과 모험의 여정을 그린 소설 '나의 돈키호테'를 최근 출간한 김 작가를 지난달 30일 전화로 만났다.

2003년 대전 구도심에 자리한 '돈키호테 비디오'는 동네 중학생들의 아지트다. 자신을 한국의 돈키호테라 부르는 독특한 개성의 주인 '돈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영화도 보고 토론을 하며 친구가 되어준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돈 아저씨의 지지와 성원 아래 가슴에 꿈을 품고 그것을 이루려고 나아가는 것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작가는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에 자신의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고 했다.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하며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소설 '불편한 편의점'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이력을 가진 김 작가의 모습이 작품 곳곳에 많이 겹쳐 보였다.

"제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와 돈키호테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요. 벌써 신작을 읽어보신 독자들 리뷰를 보니 '김호연이 돈키호테처럼 글을 써왔는데 드디어 이런 책을 냈구나'하신 분도 있었는데,국제금융중심지 Lighthouse Investment Partners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소설에서 외주 프로덕션 6년차 피디 '솔'은 자신이 기획했던 인기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잘린 뒤 좌절한 채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엄마의 잔소리 속에 개인 유튜브 방송을 구상하던 솔은 카페로 바뀐 옛날 비디오 가게 자리에서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행방이 묘연한 돈 아저씨 찾기 작업과 동시에 그때 그 시절 아저씨의 추천으로 읽고 본 책과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을 시작한다.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돈 아저씨는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온갖 영화를 섭렵하며 시나리오를 쓰던 사람이었다. 돈키호테를 닮은 아저씨는 언젠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는 꿈을 꾸며, 비디오 가게를 접은 후에도 지하에 칩거해 글을 쓰던 중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다.

작가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돈키호테가 되고자 했던 돈 아저씨와, 그 아저씨를 찾아 나선 솔이 15년의 세월을 오가며 벌이는 숨바꼭질과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레트로풍의 소재와 설정을 버무려 맛깔나게 차려냈다.

"요즘 다들 좀 움츠려 있잖아요. 돈에 찌들어 있기도 하고…. 돈키호테가 상징하는 게 바로 모험입니다. 돈과 상관 없이 꿈을 갖고 도전하고, 또 모험을 해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시대에 이런 돈키호테의 정신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소설의 주요 배경은 '돈키호테 비디오'가 있던 대전이다. 대전의 유명한 향토기업인 제과점 성심당을 비롯해 유성온천 등 대전 구석구석의 여러 배경이 등장한다.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2016년에 카이스트(KAIST)가 스토리 텔러들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6개월간 대전에 거주한 적이 있어요. 그때 대전 사람들과 그곳의 풍물과 풍경에 대한 깊은 호감이 생겼고 정이 깊이 들었지요. 이 지역의 특색과 매력을 소설에 꼭 반영해보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전작인 '불편한 편의점'이 150만부나 팔려나가며 큰 인기를 끈 뒤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부담을 떨쳐 내는 데에는 '쓰는 사람'이라는 자의식과 독자들의 성원이 있었다.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이 어마어마했는데, 그런 만큼 독자들의 기대와 응원도 있었어요. 저는 대중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하는 작가이고, 독자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부담이 있건 없건 무조건 써야 하는 전업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은 그냥 한다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쓰려고 했습니다."

김호연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이른바 '힐링 소설'의 가장 앞단에 선 작가 중 한 명이다.

2001년 영화사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출판 편집자, 만화 스토리 작가를 거쳐 2007년 전업 작가가 됐고, 2013년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을 받은 뒤 서울 청파동 골목의 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힘겨운 오늘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불편한 편의점'(2021)으로 밀리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각본 등에도 여전히 관심이 많지만, 당분간은 본업인 소설 쓰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작이 막 출간된 요즘도 차근차근 차기작의 소재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도 했다.

"평소 쓰고 싶은 주제나 소재들을 꾸준히 모아놓고 있는데, 제가 가진 아이템들과 시대의 공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게 있을 때 바로 그걸 쓰는 거거든요. 뭘 꺼내 쓸지는 조금 더 시간이 흘러봐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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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5/01 09:01 송고

• #김호연
• #나의 돈키호테
• #불편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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